함부르크의 바흐 카를필리프 에마누엘 바흐(1714~1788)

바흐의 피를 이어받은 에마누엘 바흐는 전기 고전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중요 음악가입니다. 그는 감정 과다 양식을 주장하며 18세기 종교 음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오늘은 함부르크의 바흐라 불리는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초기 고전주의 음악의 문을 연 음악가들은 사실 바로크를 대표했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아들들이었습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두 명의 부인을 통해 스무 명의 자녀들을 두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에게서 난 첫째 빌헬름 프리데만과 둘째 칼 필립 에마누엘, 둘째 부인 안나 막달레나에게서 난 막내 요한 크리 스판 등 세 아들이 서양 음악사에서 음악가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세 아들은 제 각각 18세기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오르간 주자로 인정받았고 막내아들인 요한 크리 스판은 런던 왕국 극장의 오페라 작곡가로 독일을 떠나 런던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이 두 형제와는 사뭇 다른 음악가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 바로 바흐의 둘째 아들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입니다. 무엇보다 에마누엘은 아버지 바흐와 거의 흡사한 인생역정을 걸었습니다. 그의 음악가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모두 궁정악단에서의 생활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 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감정 과다 양식'을 이끌었습니다.

 

에마누엘 바흐는 바이마르에서 태어났꼬 아버지 바흐의 임지가 쾨텐과 라이프치히로 차례로 옮겨감에 따라 같이 이주했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1723년 부터 아버지가 칸토어로 봉직하고 있던 토마스 교회의 부속학교에서 학업을 시작했고 졸업 후인 1731년부터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의 피라 드리나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에마누엘은 1738년 룹핀에 있던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왕세자 궁정악단의 하프시코드 연주가가 되었습니다. 2년 뒤인 1740년에는 왕세자가 프리드리히 2세로 등극하자 그를 따라 베를린의 왕궁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왕이 저녁마다 열었던 개인 음악회에서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하프시코드를 연주합니다. 그 후 에마누엘은 1753년과 1762년 베를린에서 두 권으로 된 <올바른 건반악기 연주 기법 시론>을 출판하여 연주자의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영혼으로부터 연주해야 한다'는 감정 과다 양식을 강조합니다. 당시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연주자의 감정 연주에 대한 메시지에 대해 모차르트는 "바흐는 아버지시고 우리는 아이들이다"라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바흐는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입니다.

 

이 시기 동안 플루트를 수준급으로 연주하고 직접 작곡도 하는 프리드리히 2세를 위해 여러 편의 플루트 소나타나 협주곡을 써서 진상하기도 했고 자신의 장기였던 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와 독주곡들도 작곡해 발표했습니다. 이 공로로 왕의 총애를 받기 시작해 1746년에는 실내악 단원으로 추가 승급되었고 칸타타 등 종교 음악영역에서도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1744년 부유한 포도주 상의 딸이었던 요한나 마리아와 결혼하여 3남매를 두었습니다. 특히 1748년 아들의 이름을 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2세라고 지었습니다. 당시 아버지 세바스티안 바흐도 참석하면 좋았겠지만 사정상 참석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바흐와 프리드리히 2세 사이의 관계가 늘 원만하고 친근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바흐가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하고 자신의 개성을 작곡에서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취향 문제로 종종 논쟁이 빚어졌습니다. 왕은 후기 바로크와 초기 고전주의의 연장선상에서 비교적 고상하고 우아한 음악을 추구했지만 바흐는 보다 작곡자 자신의 감성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768년 음악적으로 정체된 베를린을 떠나 자신의 대부 텔레만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함부르크의 성 요한 교회의 칸토르가 된 에마누엘은 1770년 함부르크로 이주한 감정과다 양식의 대표적 시인이었던 클롭 슈톡과 이웃이 되어 죽을 때까지 친분을 나눴습니다. 이 시기를 대개 후기 활동기로 보며 아버지가 라이프치히 시절 그랬듯이 여러 편의 수난곡이나 종교 칸타타, 모테트, 리타 나이 등 종교 음악의 창작에 주력하다 1788년에 함부르크에서 타계했으며 유해는 장크트 미하엘 교회의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