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악파의 대표 작곡가 질 뱅슈아(1400~1460)

뒤파이와 함께 15세기 르네상스를 이끈 부르고뉴 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 질 뱅슈아는 세속 음악의 기수였습니다. 오늘은 질 뱅슈아의 삶과 음악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이론가인 팅토리스는 당대 새로운 음악 양식을 주도하던 선구자로 던스터블과 뒤파이, 그리고 뱅슈아를 지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뱅슈아는 당대의 세속 음악을 이끌었던 대표 작곡가로 높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뱅슈아는 1400년경 기욤 뒤파이가 태어난 캉브레이에서 멀지 않은 부르고뉴의 영토였던 하이 놀트의 몽스(현재는 벨기에)에서 태어났습니다. 뱅슈아는 생전에 뒤파이와 깊은 친교를 맺고 이후 죽을 때까지 서로의 음악에 영향을 끼치면서 우정 어린 관계를 만들어갔습니다.

 

르네상스 음악을 이끌었던 부르고뉴 음악은 뒤파이와 뱅슈아에 의해 중세 음악의 대표 양식으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뱅슈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르고뉴 음악 양식의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는 기존의 대륙 음악에는 없던 새로운 대륙 음악 양식의 토대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유행하던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양식적으로 정착시킨 음악의 고전이었습니다.

 

뱅슈아가 부르고뉴 양식을 정착시켰던 데는 바로 부르고뉴 공국의 필립 선량공의 궁정 음악가로 평생을 봉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부르고뉴 음악을 말할 때 뱅슈아보다는 뒤파이 응 좀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음악사에서는 오히려 15세기 후반에 후배 작곡가들의 작품에 인용되고 모방된 정도를 보아 뒤파이보다 뱅슈아가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더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15세기에 그려진 그림 중에 뱅슈아와 뒤파이가 함께 환담하고 있는 모습이 <귀부인들의 투사>라는 유명한 초상화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 그림은 현재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종교 음악으로 유명한 뒤파이의 옆에는 오르간이 그려져 있고 아름다운 세속 음악을 많이 남긴 뱅슈아는 하프를 들고 있습니다.

 

뱅슈아는 젊었을 때는 군인으로 활약할 적도 있었지만 결국 성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1424~1425년에 이미 그는 파리의 영국 세포크 공작 밑에서 작곡가로 일했으며 이때 영국 전례음악을 접했습니다. 그는 부르고뉴의 선량한 필립 공의 궁정악장으로서 1430년부터 56년까지 약 30년 동안 봉직하였습니다. 

 

부르고뉴 공국은 14세기에 치러졌던 백년전쟁으로 인해 프랑스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악화되면서 문화적 주도권을 잡은 프랑스의 봉토였던 작은 나라였습니다. 부르고뉴 공국은 15세기에 서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실세가 되었습니다. 부르고뉴 공국의 4명의 공작들은 모두 예술의 열렬한 후원자엿고 유럽 최고의 음악가들이 그들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는 디종이었지만 공작들은 때때로 거주지를 옮겨 브루게, 부뤼셀, 헌트 등 다른 도시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작들은 여행할 때는 궁정 음악가들을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또한 궁정에는 외국 음악가들의 방문도 잦았기 때문에 부르고뉴의 음악 양식은 다분히 국제적이었습니다.

 

 

 

뱅슈아는 최초의 궁정 예배당 사제를 지내고 마지막에는 차석 사제에까지 승격했다고 합니다. 그 뒤 몽의 생 보드리외 성당의 성직 회원이 되었으며 1460년 하이 놀트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뱅슈아는 미사곡, 모테트, 마니피캇 등을 포함하는 교회 음악을 60여 곡, 그리고 샹송을 60여 곡 가량 작곡했습니다. 그의 미사곡들은 모두 2악장 구성이나 단악장 형태이며 뒤파이처럼 대규모의 미사곡은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모테트도 아이소 리듬 모테트 1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칸틸레나 양식으로 대부분 단순합니다. 따라서 뱅슈아의 뛰어난 음악성은 샹송에서 드러납니다.

 

15세기에 롱도는 큰 인기를 누리던 세속 노래였고 뱅슈아는 롱 도형 식을 선호한 첫 세대 작곡가 중의 하나입니다. 그가 작곡한 60여 곡의 샹송 중 10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롱도 형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뱅슈아의 샹송은 대체로 긍정풍의 사랑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1곡 이외에는 모두 3 성부이고 주선율은 대부분 최상 성부에 있습니다. 부드러운 선율선은 아치형으로 우아하고 서정적이며 3도 음정이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리듬은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